
미국 달러는 오랫동안 국제 통화로서 막강한 힘을 자랑해 왔습니다. 브레튼우즈 체제하에서 유일한 완전 태환 국제 통화로 지정된 이후, 달러는 전 세계 무역과 금융 거래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러 패권의 미래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달러는 앞으로도 굳건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달러 패권의 역사적 배경
오늘날 달러가 국제 통화로 자리 잡기까지에는 여러 결정적인 요인들이 작용했습니다. 독일 출신의 은행가 폴 워버그는 당시 미국 경제가 국제 신용을 런던과 파운드화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을 우려하며 미국 중앙은행 설립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1914년 연방준비제도(Fed)가 설립되었고, 이는 달러 기반의 무역 신용 시장 성장에 크게 기여하며 달러가 파운드화에 필적하는 국제 통화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해리 덱스터 화이트가 주도한 브레튼우즈 체제가 달러의 국제적 지위를 확고히 했습니다. 브레튼우즈 합의는 달러를 전후 국제 통화 질서의 중심축으로 명시하며 다른 국가 통화들이 달러에 대해 고정 환율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마셜 플랜을 통해 미국은 유럽에 달러를 공급하며 국제 결제 재개와 세계 경제 회복을 도왔습니다. 미국의 적극적인 유럽 통합 지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존재는 유럽 정책 결정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인 미국의 통화에 의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달러 패권에 드리운 그림자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 내부 및 국제 정세 변화는 달러 패권에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패권의 문제점을 해소하면서도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달러 패권을 통해 미국 정부는 손쉽게 재정적 수단을 마련할 수 있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무역 적자를 동반하며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를 약화시키고 달러 패권을 훼손하는 ‘트리핀 딜레마‘를 초래합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미국의 글로벌 무역 비중을 낮추고 달러의 ‘쓸모’를 줄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신뢰를 낮춰 달러에 대한 ‘신뢰’ 또한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국제 통화의 부상과 쇠퇴는 단순히 경제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과 신뢰에 의해 결정됩니다.
미국의 무분별한 제재 활용 역시 달러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각국으로 하여금 달러 자산을 줄이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동기를 강화시켰으며, 이는 향후 다른 국가들에게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미국의 재정 및 금융 건전성 악화 또한 달러의 국제적 위상에 중대한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공공 부채 증가는 외국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달러의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만들 수 있습니다. 더불어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는 달러의 매력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습니다. 달러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 가치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동맹국을 저버리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달러의 국제적 지위는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동맹국들은 서로의 통화를 외환보유고로 운용하며 동맹의 진정성을 나타내는 표시로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이러한 국제적 관계와 상호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결론
결국 달러의 미래는 미국 지도자들이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권력 분립을 수호하며, 동맹국과의 약속을 지킬 의지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과거 폴 워버그와 해리 덱스터 화이트가 구축한 제도적 기반과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은 여전히 달러 패권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신뢰와 국제적 협력의 약화는 달러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입니다. 앞으로 미국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러 패권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내용출처: https://ft.pressreader.com/v99e/20250322/281904483967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