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포기의 함정, 새엄마가 전 재산을 가져갔다

상속 포기의 함정, 새엄마가 전 재산을 가져갔다
출처: 게이티이미지 뱅크


상속 문제는 감정이 얽히면 복잡해진다. 특히 재혼 가정의 상속 문제는 자녀와 배우자 간의 갈등이 얽혀 더 큰 파장을 일으키기 쉽다. 이번 사례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보여준다. 자녀들이 법을 잘못 이해해 아버지의 재산을 전부 새어머니에게 넘기게 된 이야기다. 상속법의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상속분을 줄이려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잃었다

사건의 주인공인 A씨는 첫 번째 아내 B씨와 결혼해 아들 C씨와 딸 D씨를 두었다. A씨는 아내 B씨와 사별한 후, 새 아내 E씨와 재혼했다. 하지만 재혼한 지 3년 만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A씨가 남긴 재산은 총 35억 원. 이제 A씨의 재산을 두고 상속자들이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새어머니 E씨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C씨와 D씨는 새어머니가 이 재산을 많이 가져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본 방법을 떠올렸다.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손자녀가 대신 상속받아, 배우자 E씨의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상속인상속분상속금액
E씨7분의 3(직계비속 상속분에 0.5 가산)15억 원
C씨7분의 210억 원
D씨7분의 210억 원
총액35억 원35억 원
각 상속인의 상속분과 상속 금액


법에 대한 오해: 손자녀가 상속받으면 E씨의 몫이 줄어든다?

C씨와 D씨가 기대했던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들이 상속을 포기하면 자녀들이 상속자가 되기 때문에, E씨가 나눠가질 수 있는 몫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만약 C씨와 D씨가 상속을 포기하면 C씨와 D씨의 자녀들(손자녀) 4명이 직계비속으로서 상속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E씨의 상속분은 11분의 3으로 줄고, 손자녀 4명이 각각 11분의 2씩을 나누어 갖는다. 그 결과, E씨의 몫은 약 9억 5500만 원이 되고, 나머지 25억 원은 손자녀들에게 분배된다.
이 방법은 실제로 예전 판례에서는 가능했다. 2015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녀가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C씨와 D씨는 인터넷에서 이러한 정보를 확인하고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상속인상속분상속금액
E씨11분의 3약 9억5500만 원
11분의 2
11분의 2
11분의 2
11분의 2
총액35억 원
상속 포기 후의 각 상속인의 상속분과 상속 금액


법은 바뀐다 – 최근 대법원 판례의 변화

그러나 2023년 대법원은 이와 같은 해석을 완전히 뒤집었다. 새로운 판례에 따르면,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할 경우,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논리는 민법 제1043조에 근거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상속인이 여러 명일 때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비율로 귀속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다른 상속인’에는 배우자도 포함된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었다.
따라서 C씨와 D씨가 상속을 포기한 결과, 오히려 E씨가 A씨의 재산 35억 원을 전부 상속받게 된 것이다.

대법원 2023. 3.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승계집행문부여에대한이의] [공2023상,693]


상속 포기의 철회는 불가능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상속 포기를 한 번 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상속 포기는 소급효가 있다. 즉, 포기를 한 순간부터 그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간주된다.
민법 제1024조에 따르면, 상속 포기는 철회가 불가능하다. 설사 법정 기간인 3개월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포기 의사를 번복할 수 없다. C씨와 D씨가 뒤늦게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은 후였다.

상속 문제를 전문가와 상의하지 않은 대가

이 사건은 단순히 법 조항을 잘못 이해한 탓이 아니다. 상속법은 매우 복잡하고, 판례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2015년의 판례가 유지되고 있었다면 C씨와 D씨의 계획이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판례는 2023년에 완전히 바뀌었다.
C씨와 D씨가 인터넷과 유튜브에 떠도는 옛 정보를 보고 그대로 따라한 것이 모든 재산을 잃게 된 원인이었다. 만약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면, 이들은 법의 변화를 알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필수다

상속은 한 번 잘못하면 되돌릴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자녀와 새어머니, 손자녀가 얽힌 복잡한 가정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C씨와 D씨의 사례는 법의 변화와 그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재혼 가정에서는 배우자와 자녀들 간의 상속 갈등이 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는 많은 정보가 넘쳐나지만, 그 정보가 최신인지, 정확한지를 판별할 수 있는 것은 전문가뿐이다. 따라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지 않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법은 변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라

법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변하고, 그 해석도 판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상속법은 가정의 상황과 법 해석이 맞물려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
C씨와 D씨처럼 법을 잘못 이해해 큰 손해를 보는 일이 없으려면,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법률적 결정은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법은 복잡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한다면 안전한 상속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재산을 지키고자 한다면,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상속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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